많은 사람들이 SI, SI 하는데 정확히 이 업계는 어떻게 먹고 살고 왜 인력장사라는 말이 도는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SI하면 풍자하듯이 밈으로 도는 게 있습니다. 바로 ‘자바 두명 타세요‘ 밈입니다.
자바(java)는 개발 언어이고요. ‘두 명 타라’는 말은 지금 빠르게 출발하는 봉고차에 올라가는 인부마냥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해석해드리면 자바 언어 할 줄 아는 사람 두 명 모집한다는 뜻이지요. SI업계가 사는 방법은 이 밈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SI를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해가 되도록 알려드리겠습니다.
1. 갑의 프로젝트 발주
프로젝트는 발주를 합니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를 따내겠다고 여기저기서 입찰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은 SK C&C가 주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었고, 최근에 뉴스 기사로 자주 나왔던 오류가 넘쳐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던 복지시스템은 LG CNS가 컨소시엄 대표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매우 큰 프로젝트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국세청, 보건복지부 등이 갑이 되는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이 3개의 대기업에서 수주를 받습니다.
SI Big3
SI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메이저 대기업에는 삼성 SDS / SK C&C / LG CNS가 있습니다.
차세대 고도화 프로젝트 뜻
잠시 용어를 설명하면, 프로젝트를 보통 발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차세대’, ‘고도화’인데요.
차세대는 지금 쓰고 있는 시스템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바꾸겠다, 새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고도화는 지금 있는 걸 바탕으로 내부 리모델링 좀 해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의미이지요.
당연히 있는 걸 뜯어고치는 고도화보다는 차세대가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입 인력도 많을 겁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갑이 인력이 많이 필요한 차세대를 발주했다고 칠게요. 그러면 3대장 중에 누군가 프로젝트를 받겠지요.
그런데 대기업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면 당연히 자사의 인력만으로는 절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2천억, 3천억 짜리 프로젝트이고 개발자가 몇 백명이 들어가는 프로젝트거든요.
그러면 이들이 하청을 주게 됩니다. 이 때 1차 하청의 경우는 매우 경험이 그래도 풍부하고 개발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SI업체에게 줍니다.
이렇게 해도 그 인원을 다 채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 회사에게 일거리를 나눠주게 되지요.
2. 경쟁 입찰
물론 거저 일거리를 주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 입찰이 일어나고요. 개발자 단가가 싼 곳에 맡길지 아니면 프로젝트 경험이 많거나 기술자를 많이 보유한 회사에 맡길지는 뭐 발주한 곳과 컨소시엄 대표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3. 수주 후 중소기업 내부에서는
회사마다 인력을 정하고 몇 명 보낼지 협의를 하고 계약도 마무리 했다고 해볼게요.
어떤 중소 기업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개발자 40명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SI 회사는 하나의 프로젝트만 돌리지를 않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개발자가 100명인 SI업체가 있다고 하면 30명은 A프로젝트, 20명은 B프로젝트, 10명은 C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운영이나 구축업무 중에서 하나를 하고 있겠지요. 나름 열심히 인력을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갔던 애까지 데려와 긁어모았지만 초기 투입에 40명까지 보내기는 어려우면 어떻게 할까요?
바로 프리랜서를 고용하거나 신입을 재빠르게 고용하는 것이죠. 마치 인력시장에 나가는 버스에 태우듯이 사람을 열심히 찾습니다.
자바2명타요
이 밈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거예요. 이거는 지금 제가 프로젝트 초기 투입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프로젝트가 막장으로 치달으면 업무가 너무 과중하여 퇴사하거나, 애초에 무척 불성실한 사람이라서 막장짓을 해놓고 튀는 경우들이 좀 있습니다.
그때 다시 외쳐야지요.
‘자바 두명 타세요.’
빠져 나간 만큼의 인력을 어떻게든 채우는 겁니다.
4. 계약의 형태
SI 업체가 갑과 계약할 때 계약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보면 됩니다.
맨먼쓰(man/month) 계약이라고 해서 개발자를 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나누어 급별로 월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갑사가 SI업체에게 계약기간 동안 주는 방식이 있고요.
턴키계약(Turn key)이라고 해서 ’10억 줄 테니 이런 시스템 만들어서 줘.’라고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차를 갖고 싶어합니다. 비용은 10억을 줄 테니 완벽하게 해서 가져오라고 하지요.
완성된 차를 받으면 바로 키(key)를 꼽고 돌리면 차가 부릉부릉 하고 잘 가는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지는 게 턴키(Turn key) 계약입니다.
일정한 금액을 줄 테니 알아서 완성품을 제작해주는 것이지요. 턴키 계약은 맨먼쓰보다 보통 비쌉니다. 완성품을 알아서 대령하는 것이니 싸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맨먼쓰 계약이 과연 턴키보다 저렴한가에 대해서는 그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늘 프로젝트에는 위험과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도사리면 계약 기간이 추가되고 추가되는 만큼의 비용을 갑은 더 지불해야 하니까요.
참고로 맨먼쓰나 턴키 계약은 한 번 알아두시면 뉴스 기사 같은 걸 볼 때 도움이 됩니다.
보통 SI 업계는 프로젝트를 입찰하여 낙찰받고 개발자의 인건비로 살아갑니다. 자체 기술이라고 할 것은 없고요. 그냥 ‘인력이 돈’으로 생각하시면 되지요.
기획서를 구현해줄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SI를 인력시장이다, 노가다 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는 겁니다.